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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pective

문해력 위기? '심심한 사과'가 던진 진짜 질문

by blnk-space 2026. 1. 21.

1. "요즘 애들은 글을 못 읽어"라는 착각

 최근 '심심한 사과', '사흘(4일?)', '금일(금요일?)' 논란이 뜨겁다. 기성세대는 혀를 찬다. "요즘 애들이 숏폼만 보더니 멍청해졌다." "책을 안 읽어서 어휘력이 바닥이다." 정말 그럴까? 단순히 단어 몇 개를 모르는 게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일까?

 

 나는 이것을 단순한 '어휘력 부족'이 아니라, '해석의 위기'라고 본다. 우리는 글자를 못 읽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맥락(Context)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 언어는 원래 불완전하다 (비트겐슈타인의 경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게임이다"라고 했다. 축구장에서 "공!"이라고 외치는 것과, 공사장에서 "공(Zero)!"이라고 외치는 것은 전혀 다른 뜻이다. 단어의 의미는 고정된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그것이 사용되는 '삶의 맥락' 속에서 결정된다.

 

 소쉬르 역시 언어의 기표(글자)와 기의(의미)는 자의적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내가 "사과"라고 말했을 때, 누구는 과일을 떠올리고 누구는 용서를 떠올린다. 이처럼 언어는 본질적으로 오해의 소지를 품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동네,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며 공유하는 맥락이 있었기에 오해가 적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서로 다른 유튜브 알고리즘, 서로 다른 커뮤니티라는 파편화된 세계에 산다. 공유하는 맥락이 사라진 상태에서 텍스트만 덩그러니 던져지니, '심심한 사과'는 '지루한 사과'로 오독되고, 혐오와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다.

3. 계산기가 나왔다고 인류가 멍청해졌나?

 사람들은 말한다. "SNS와 숏폼, AI가 문해력을 망치고 있다. 규제해야 한다." 나는 이 주장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계산기가 발명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더 이상 복잡한 숫자를 암산하지 않게 되었다. 암산 능력은 퇴화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인류 지성의 퇴보를 의미했는가? 아니다. 우리는 계산기라는 도구를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하는 법을 익혔고, 그 잉여 에너지를 활용해 로켓을 쏘고 AI를 만들었다.

 

 AI와 디지털 도구도 마찬가지다. AI가 긴 글을 요약해 주고, 숏폼이 지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해서 우리가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AI가 내놓은 정보가 사실인지 검증하는 '교차 검증 능력',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진짜 맥락을 파악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더 고차원적인 능력을 키울 기회를 얻은 것이다.

 

 숏폼 역시 그 자체로 죄가 없다. 문제는 자극적인 내용일 뿐이다. 1분 안에 핵심을 전달하고 맥락을 이해시키는 양질의 교육적 숏폼은, 오히려 가장 효율적인 소통 도구가 될 수 있다.

4. 결론 : 규제에서 적응으로

 문해력 논란의 해결책은 스마트폰을 뺏고 억지로 고전을 읽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시대의 방식이다.

미래의 리터러시는 '글자를 읽는 능력'을 넘어 '도구를 활용해 맥락을 해석하고 검증하는 능력'이어야 한다. AI와 봇을 활용해 정보의 정확성을 가려내는 법을 가르치고, 숏폼을 통해 핵심을 파악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교육과 사회의 방향성은 규제가 아닌 적응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가능성을 막아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와 함께 가능성을 만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